‘김명수 코드’ 우려한 법관대표회의 “법원장 투표 결과 존중을”

입력 2022-12-06 04:05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관련해 “각급 법원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라”고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제도에 대해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인 이의 제기가 나온 셈이다. 그동안 법원 안팎에선 2019년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이 제도가 결국 대법원장의 인사권만 강화해 주고, 사법부 내 ‘줄서기’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법관대표회의는 5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관련해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가결된 수정안에는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따라 법원장을 지명할 때 비위 전력, 형사·징계 절차 진행 등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한 각급 법원 추천위의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안에는 ‘최대 득표 후보자 보임을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도 있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은 빠졌다.

각 법원 수석부장이 법원장 후보로 추천되기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안건도 올랐지만 간발의 차로 부결됐다.

김 대법원장이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을 명분으로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조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3명 이상의 판사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법원장 후보가 되는 구조다. 소속 법관들이 투표를 통해 득표순으로 2~4위 후보를 추리면, 대법원장이 이를 고려해 법원장을 지명한다.

하지만 그간 법원 내부에선 비판 의견이 적지 않았다. 투표 결과는 참고 대상일 뿐 결과적으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민주적인 인선 절차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각 법원 수석부장은 사실상 대법원장이 뽑는다고 봐야 하는데,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서 수석부장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판사가 최근 중앙지법뿐 아니라 청주지법원장 후보로도 동시 입후보한 것을 두고도 법원 내부에선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회의를 앞두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다음 대법원장에게 양도해야 한다는 주장까진 나오진 않았지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문화가 조성되고 법원장과 구성원 상호 간의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취지로 제도의 장점을 법관들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