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뼈대’가 휘청인다… 철강 출하 차질 ‘도미노 피해’

입력 2022-12-06 00:02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포항지부가 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포항=안창한 기자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산업의 쌀’ 철강의 물류 마비가 심각하다. 철강업계의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처럼 공장을 멈춰세워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철강의 생산 차질은 건설,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업종으로 피해를 키운다. 산업계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4일까지 5대 철강회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의 출하 차질 물량이 79만t, 피해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고 5일 밝혔다. 철강업계 전체의 출하 차질이 100만t, 피해액은 1조1300억원으로 추산한다. 포스코의 하루 출하 지연은 2만7000t(포항제철소 1만t, 광양제철소 1만7000t), 현대제철은 하루 5만t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운송 차질이 길어질수록 매일 물량이 쌓여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요 철강업체는 ‘생산량 감축’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제철소 내부 도로나 공터에 철강 제품을 쌓아두면서 버텨야 했던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당시 포스코는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으면서 적재 공간 부족에 시달렸다. 제철소 내부 도로나 공장 주변에 제품을 쌓아두다가 포항제철소를 가동 중단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 공장 가동 중단이나 감산 계획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조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 6월 파업을 겪으면서 이번에는 상당량을 사전 출하하는 등 대비를 했다. 아직 버틸 만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 피해, 현대제철은 두 달가량 있었던 게릴라 파업의 후폭풍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똥’이 튄다는 데 있다. 철강 제품의 출하 지연이 길어질수록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철강 제품을 주요 소재로 쓰는 연관 업종으로 피해 범위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업 전체에 ‘철강 도미노’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포항 지역 철강업체들의 출하 지연으로 경북에선 건설현장 123곳 가운데 절반가량에 철근 등 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건설사업의 경우 171개 중 32개 현장(5조4200억원)의 주요 공정이 이번 주 안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협력업체나 중소 철강회사에 닥친 충격파는 더 세다. 업체들은 긴급한 물량의 경우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출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회사 안에 쌓아두는 실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 파업 때도 둘째주에 고비를 맞았었다. 이번에는 미리 대비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량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번 주까지는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