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들과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 등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르면서 아동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 국민일보는 지난 1일 ‘아동보호를 위한 노력과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대담을 열었다. 이상균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장,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 등 아동보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대담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참석자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가정 안팎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국가 보호망을 더 촘촘히 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가정을 벗어난 아이들이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적어도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아동학대 현황은.
△장 본부장=지난해 학대 판단 건수는 3만7605건으로 2020년(3만905건)에 비해 21.7% 늘었다.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정 안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한 학대가 83.7%에 달한다.
△류 실장=2000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들어서는 등 공적 아동보호 대응체계가 만들어진 지 20여년이 지났다. 2000년과 비교해 2020년 아동 수는 14.9% 줄었지만 아동학대 건수는 15배 늘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2020년에는 증가 폭이 완만해졌지만 지난해에는 아동학대 발견율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동학대 유형은 어떤 게 있나.
△장 본부장=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4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가 아닌 여러 학대 행위가 함께 일어나는 ‘중복학대’ 비율이 높다. 지난해 중복학대 비율은 42.6%로 전체 학대 유형 중 가장 많았다.
△류 실장=지난해 통계의 특징은 신체학대가 15.4%로 전년 대비 3.1% 포인트 늘었는데, 방임은 7.4%로 오히려 2.5% 포인트 줄었다는 점이다. 2020년 10월부터 민간이 아닌 공무원이 아동학대 조사를 전담하게 되면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신체학대 판단이 늘고 구분이 어려운 방임 판단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형별 학대에 대한 더 명확한 조작적 정의와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훈육과 학대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장 본부장=민법 915조의 징계권이 폐지된 건 단순히 아이를 혼내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가 더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친권자라 해도 아이를 때리면서 가르치지는 말자는 것이다. 좋은 취지의 훈육으로 시작했더라도 감정이 더해지면서 학대로 변질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정 안의 양육 문화가 바뀔 시기가 왔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동보호는 어떤 체계 속에서 이뤄지나.
△장 본부장=현재 우리나라 아동보호는 아동학대는 신고에 의해, 그 외 경우 부모의 이혼·사망·경제적 어려움 등이 확인되면 서비스가 시작된다. 부모와 분리된 아이들에게 적절한 보호를 결정해 주는 등 공공성 확보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인다.
과거에는 한 번 시설에 들어가면 만 18세까지 채우고 퇴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원가정 복귀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과정이 강화되는 추세다. 원가정 복귀가 어려운 경우에도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등 가정에 가까운 환경에서 보호받도록 지침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박스처럼 아동이 유기된 경우 그동안은 시설에서 생활해야 했는데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이 가능한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자라게 하는 헤이그국제입양아동협약 비준 절차도 준비 중이다.
-위탁가정에서의 문제점 지적도 있다.
△이 교수=통장 개설, 교사 면담 등 여러 측면에서 친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위탁가정 차원에서 도움을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소한 학령기 아동에 대해선 양육에 필요한 필수적 권리를 가지는 일종의 ‘교육 후견’ 제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공공이 후견인 역할을 대신하는 공공후견인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현 체계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이 교수=한국은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 재학대로 판단되는 비율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81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229개의 지자체를 담당하다 보니 재학대 방지를 위한 사례관리 체계가 촘촘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까지 전문기관을 12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담당 기관이 늘면 더 적극적으로 피해 아동을 지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류 실장=영유아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간호사 가정방문 사업을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대부분을 보내는 영유아 특성상 학대 의심사례를 발굴하기 위해선 사적인 가정 공간을 들여다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일부 보건소에서 간호사가 방문해 건강검진을 하는 가정방문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부가 이를 2024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신청한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데다 인력 문제 등으로 보편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교수=‘아동은 현재 우리의 15%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언젠가 우리 미래의 100%다’라는 문장을 자주 인용한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게 우리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뜻이다.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아동에 대한 보호와 투자를 지금보다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사회=조효석 기자, 정리=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