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드라마에 잠 못드는 밤… “브라질전 거리응원 나가겠다”

입력 2022-12-05 04:04
한국 축구대표팀이 포르투갈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진출한 3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광화문광장의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했지만 이곳에 모인 1만7000여명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는 식히지 못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 ‘행복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 대부분이 심야 시간대에 열리다 보니 경기 다음 날 일정 소화나 직장 생활 등에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4강 신화를 이뤄낸 2002 한일월드컵의 추억을 떠올리며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선호(41)씨는 요즘 잠들어야 할 시간에 시작하는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다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대표팀이 속했던 H조 조별리그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면서 다른 팀의 경기까지 밤늦도록 지켜봤다고 한다. 김씨는 “경기 다음 날 아침 출근할 때 피로감으로 몸이 무겁지만, 함께 경기 보고 응원하며 하나 되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도 아쉬움과 설렘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직장인 임수민(28)씨는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새벽 1~2시까지 SNS로 동료들과 경기 뒷얘기를 하다 잠드는 게 일상이 됐다. 28일 한국이 가나에 아쉽게 패한 뒤에도 동료들과 16강 경우의 수를 계산하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다. 그는 “다음 경기는 누가 이길 것 같은지, 어떤 선수가 잘했는지 지인들과 얘기하는 게 새로운 재미가 됐다”고 했다.

기말고사 시즌을 맞이한 대학생들도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 대학생 이진형(21)씨는 우루과이전부터 포르투갈전까지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광화문에 나가 거리 응원에 동참했다. 28일 열린 가나전 때는 비를 맞으며 거리 응원에 나선 탓에 다음 날 열이 나 수업도 결석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월드컵이 시작되고 나서는 좀처럼 학과 수업이나 시험 준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온 국민이 하나 됐다고 들었는데 지금이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며 “지금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과의 16강전은 6일 새벽 4시에 열린다. 아예 ‘거리 응원 후 출근’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경기가 끝나면 오전 6시가 된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로 출근하는 직장인 한영석(30)씨는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골을 넣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친구와 새벽 4시 거리 응원에 참여했다가 아침을 먹고 출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