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브랜드를 재정립해 이미지 변신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도시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다. 리브랜딩으로 도시경쟁력지수, 도시브랜드지수 등이 반등한 사례를 살필 때도 빠지지 않는 도시다. 20년간 도시 브랜드 개발과 관리 노하우를 쌓은 암스테르담은 이제 막 도시 브랜드 리뉴얼을 시작한 부산시의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자가 지난달 말 방문했던 암스테르담이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은 2002년이었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행정·정치적으로 브뤼셀(벨기에)과 경쟁했고 관광 부문에서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콘퍼런스 개최도시 순위 등 각종 평가에서 하락세를 기록했고, 기업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 구조가 변한 것도 이유였다. 인터넷기업과 금융서비스 등이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들고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면서 ‘창의성’ ‘혁신’ 등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당시 도시 브랜드 도입 캠페인을 주도했던 고드프리 필립 허프나겔 전 암스테르담 시의원은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데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슬로건 ‘아이 암스테르담(I amsterdam)’은 개발에 착수 1년 10개월여만인 2004년 9월 완성, 제정됐다. 시는 주민 설문조사, 간담회, 다양한 그룹의 이미지 조사 등을 진행해 암스테르담에 기여하는 16가지 요소를 선정했다. 슬로건 제정에 앞서 ‘암스테르담을 선택하세요’(Choosing Amsterdam)라는 캠페인을 펼쳤고, 이어 ‘나는 암스테르담 시민입니다’와 연계한 선언문을 채택했다.
본격적인 도시 마케팅에는 암스테르담시 도시마케팅 부서와 관련 기관, 기업, 문화지식 기관 등이 참여했다. 에그버트 월프 암스테르담시 디자인 매니저는 “도시 마케팅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며 “도시 DNA를 연결하고, 목표그룹의 재화 사용을 증가시켜 소득, 투자, 국가이미지 상승, 관광객 증가 등 브랜드 수익을 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약점으로 평가받는 섹스, 마약, 로큰롤 도시라는 명성을 훼손시키는 방법보다는 운하, 문화, 만남의 장소 등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했다.
도시브랜드 관리 매뉴얼도 체계화했다. 암스테르담 브랜드와 로고, 슬로건 등에 대한 사용규칙을 문서화한 뒤 공개했다. 상공회의소를 거점으로 시와 기업, 학교, 지역단체 등 800여곳이 참여하는 파트너스 플랫폼도 구축했다. 상공회의소에서 만난 게르테 우도 암스테르담 파트너스 이사는 “도시 브랜드를 다양한 기업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일관된 도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도시브랜드를 리뉴얼하려는 배경은 암스테르담과 여러모로 닮았다. 암스테르담시 로고 작업을 담당했던 토닉사의 토마스 비더쇼벤 대표는 “밝은 원색을 사용해 관광객 등에게 도시의 밝은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고, 시인성 좋은 오프라인 공익광고를 지속해서 진행해 소속감을 높였다”며 “도시 브랜드 개선 작업은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글·사진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