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통상만 신경쓰고 대중 적자 손놓은 정부

입력 2022-12-02 04:10
국민DB

정부가 11월까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문제가 있다. 대중 통상 외교가 대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해소도 사실상 손놓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가뜩이나 어려운 무역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5% 감소한 113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입액은 121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7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8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9월 ‘반짝’ 흑자 전환한 뒤 10월부터 다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 누적치를 키운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이 2003년 이후 20년째 한국의 1위 교역 대상국(전체 교역의 24% 차지)이라는 점에서 무역수지 적자 누적은 좋지 않은 신호다. 이 때문에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 대응은 없다시피 하다. 최근 정부가 밝힌 주요 수출지역별 특화전략 및 수출지원 강화 방안을 봐도 중국 대책 부분에서는 ‘대중 의존도 완화’ 항목 외엔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 정부는 내년 초 고위급 경제협력체를 가동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온기가 통상 분야에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다.


지난 정부보다 대일 관계가 나아진 상황에서 일본과의 통상 관계에 손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년여간 지속 중인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실무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 간 통상 문제 관련 국장급 이상 고위급 대화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됐지만 회담 이전에 통상 당국 간 접촉은 전혀 없었다. 2019년 12월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 직전에 한국 요청으로 양국 통상 당국이 국장급 대화를 진행했던 전례와 대비된다.

강제징용 문제 등 통상보다 먼저 풀어야 할 꼬인 실타래가 있다 보니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통상 당국의 암묵적 입장이지만, 과거 대응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이 중국과 함께 누적되고 있는 무역적자의 원인 제공처 중 하나라는 점도 이를 가볍게 보기 힘들게 만든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대일본 무역적자는 131억2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들인 미국과의 통상 외교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9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전격 참여를 선언했다. 그 이후 두 달이 흘렀지만 이렇다 할 협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인플레이션법(IRA)을 가동해 한국산 자동차 수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IRA 역시 통상교섭본부가 내놓은 성과물은 없다.

세종=신재희 신준섭 박세환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