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前용산서장 등 경찰간부 4명 구속영장

입력 2022-12-02 04:06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무릎을 꿇고 진실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참사 당일 부실 대응 문제와 그 이후 벌어진 안전 대비 관련 정보보고서 삭제·은폐 의혹 두 부분에 대해 우선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특수본은 경찰 내부 관련자들의 신병을 먼저 확보한 후 소방 당국과 용산구청 등 다른 기관으로 그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1일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영장이 신청됐다. 서울서부지검은 4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모두 청구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이전 안전대책 보고를 받고도 인력 배치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등 사전 조치를 미흡하게 한 혐의가 있다. 또 참사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직무유기)도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수본은 용산서 무전 기록 등을 근거로 이 전 서장이 오후 11시 이전 참사 상황을 인지하고도 현장에 늦게 도착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다만 이 혐의는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참사 초기 현장 대응을 지휘한 송 전 실장은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정보보고서 삭제·은폐 지시 의혹을 받는 정보라인도 구속 수사 대상이 됐다. 박 전 서울청 정보부장은 서울 일선서 정보과장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참사 이후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이 지시 이후 부하 직원을 통해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의혹을 받는다.

그간 특수본에 대해 구속 수사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 주요 피의자들이 ‘친정 식구’인 데다 관련자들이 도주 우려가 낮은 공무원 신분인 점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특수본이 이날 경찰 4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향후 지자체나 소방 등 타 기관을 겨냥한 구속 수사에도 속도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수본은 “타 기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윗선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속 영장 신청 배경엔 증거 인멸 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주변 인물 회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한다. 앞서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구속 사유는 도주 우려뿐 아니라, 증거인멸 우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4명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