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 ‘월북 조작’을 총괄한 혐의를 받는 서훈(사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여부는 이번 수사 막바지 향방을 결정할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서 전 실장은 고(故) 이대준씨의 월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관리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직후 관련 첩보가 삭제된 뒤 언론에 이씨의 실종과 사망 소식이 시차를 두고 알려지고, 이후 국방부·해양경찰청 브리핑에서 월북 가능성이 강조되는 당시의 ‘타임라인’은 서 전 실장의 ‘월북 단정’ 의도를 드러낸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2020년 9월 사건 당시 국방부와 해경을 지휘하는 최고결정권자였던 서 전 실장의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서 전 실장의 지위와 책임 및 역할, 검찰 조사에 임하는 태도, 그간의 행적 등을 고려했다”며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서 전 실장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와 해경 등 업무 수행에 있어 최종결정권자이며 최종책임자”라고 규정했다. 서 전 실장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중대성을 중심으로 서 전 실장의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130쪽에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서 전 실장이 이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하고 관련 정보를 은폐한 의도·목적도 상세하게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 측은 “월북을 단정한 바 없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첩보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해선 이씨 피살 이튿날인 9월 23일 안보실·국방부·국가정보원 등 실무자 200~300명이 이미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서, 보안유지를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검찰은 실무자들이 인지한 사실에 대해 보안 조치가 필요했다는 서 전 실장 주장은 모순이라고 본다. 서 전 실장 측은 또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발견된 점” 등이 월북 염두 판단의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는데, 검찰은 이씨가 ‘바다로 이탈하는 시점에서의 구명조끼의 착용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해경의 초동 수사보고서에 담겼던 “구명조끼 등 사라진 함수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했었다.
검찰 안팎에선 서 전 실장 신병 확보에 실패할 경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조사를 끝으로 사건이 종결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