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8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운임제에 대한 노·정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시멘트 화물차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 송달이 마무리되는 주말이 파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 이탈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화물연대는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와 대치를 이어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명분 없고 정당성 없는 집단행동이 계속된다면 경제위기 극복도 불가능하고, 대한민국 기업 경제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거부를 즉시 철회하고 현장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3000여명은 삼각지역 인근 도로에 약 200m 대오를 이루고 앉아 ‘국가책임 강화’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파업 전 우리는 수차례 정부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외면당했고 정부는 오히려 엄벌하겠다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며 “무책임한 정권에 단결된 노동자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는 만큼 투쟁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정부는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업종에서의 출하 차질 규모가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30일 시멘트 97만6000t, 철강 56만2600t, 자동차 7707대, 정유 25만9238㎘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로 연결돼 피해 규모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까지 시멘트 화물차주 765명의 명단을 확보해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2500여명의 30.6%다. 정부는 우편 송달을 일차적으로 마치는 2일 이후 이번 주말이 화물연대 파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거의 모든 운송사에 대해 현장 조사를 마치고 2일까지 (시멘트 운송기사에 대한) 우편송달작업도 일단락될 것”이라며 “주말에는 (파업에) 집결한 인원수 자체가 떨어지는 만큼 주말을 계기로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기준 시멘트 출하량은 8만2000t으로, 업무개시명령 이전인 2만1000t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 역시 평상시 대비 57%로 지난 28일 27%에서 회복세를 보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인천의 한 시멘트 유통기지에서 현장점검을 한 뒤 “화물연대 비조합원의 복귀가 시작했고, 개개인에게 명령서가 송달되면 복귀하겠다는 분들이 있다”며 “오늘내일을 거치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가 연 토론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을 하지 않겠다는 이에게 노동력 제공을 강제하는 명실상부한 강제 노역에 해당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물론 강제노역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적법한 명령 발동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 일방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명분 없는 운송 거부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운송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심희정 권민지 기자, 신지호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