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이 2020년에 비해 5% 가까이 늘었다. 최근 5년 새 최대 증가 폭이다. 다만 세금·대출이자 등 소비활동과 무관하게 빠져나간 비소비지출이 소득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가계 살림이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내림세를 보이면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6414만원으로 전년(6125만원)보다 4.7% 증가했다. 2017년(4.1%)과 2018년(2.1%) 2019년(1.7%) 2020년(3.4%)에 비해 소득 증가 폭이 커졌다.
특히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7.0% 늘어난 4125만원을 기록하며 소득 상승을 견인했다. 사업소득도 1160만원으로 2.2%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30% 넘게 급증했던 공적이전소득은 감소세(-0.3%)로 돌아서며 600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급했던 지원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구 평균 비소비지출은 전년보다 5.6% 늘어난 1185만원으로 집계됐다. 비소비지출 가운데 세금(400만원)과 대출이자(209만원)는 각각 8.8%, 8.0% 증가했다. 지난해 부동산 호황에 따라 가계대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연금과 사회보험 등 공적연금지출(400만원)도 5.2% 늘었다.
근로소득보다 세금과 이자 지출 증가 폭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급등하면서 비소비지출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전년(5003만원) 대비 4.5% 증가한 5229만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유롭게 소비·지출을 할 수 있는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지갑 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표는 또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65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7% 감소했다. 지난 2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3%)을 밑도는 수치다.
실질GNI는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합한 것으로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GNI가 감소했다는 것은 수입품 가격이 수출품보다 더 많이 오른 탓에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더 나빠졌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수출과 내수 모두 악화되면서 올 4분기 한국 경제는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6개월 만에 다시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성장이 현실화되면 가계 살림도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