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이 9% 상승하며 지난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다만 자산 상승 폭의 80%가 부동산 자산 보유액 증가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해석된다. 평균 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9000만원을 돌파해 가계빚의 늪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 평균 자산은 지난해보다 4519만원(9.0%) 오른 5억4772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산 증가율은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1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자산 증가는 주로 집값 상승에 기인했다. 금융자산은 1억2126만원, 실물자산은 4억2646만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7.1%, 9.5% 올랐다. 특히 실물자산 중 거주주택(2억5496만원)의 증가율은 11.5%에 달했다. 거주주택에 토지, 건물, 계약금 등을 더한 부동산 자산의 오름폭(3646만원)은 전체 자산 상승 폭의 80.7%를 차지했다.
평균 가계빚은 사상 처음으로 9000만원을 돌파했다. 평균 부채는 917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자산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을 크게 웃돌면서 부채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16.7%로 높은 수준이었다. 전체 부채 중 금융부채는 전년보다 4.4% 증가한 6803만원, 임대보증금은 3.6% 늘어난 2367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64.4%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부담 없다는 응답은 35.6%에 그쳤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심화됐다. 분배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지난해 0.333으로 2020년(0.331) 대비 0.002포인트 증가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조사 당시보다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는 자산 가격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이뤄졌다. 지난 3월 이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원리금 부담이 늘어난 데다 부동산을 포함한 대부분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현재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이번 조사 결과가 상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