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이 연초에 이어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연말을 앞두고 커피, 주스, 생수 등 음료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길어지는 데다 고환율까지 맞물리며 식탁 물가를 끌어올린다.
1일 동서식품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출고 가격이 오는 15일부터 평균 9.8% 오른다. 이번 인상으로 맥심 오리지날(170g) 제품은 6090원에서 6680원으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1.2kg)는 1만2140원에서 1만3330원으로 값이 뛴다.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90g) 제품도 1만5720원에서 1만7260원으로 오른다.
동서식품의 가격 인상은 올해만 두 번째다. 동서식품은 지난 1월에도 8년 만에 커피 제품 출고가를 평균 7.3% 올렸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커피 원두를 포함해 물엿,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오른 걸 반영했다고 한다. 특히 커피 원두와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을 키웠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그동안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인상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다. 하지만 지속하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영향을 감당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다른 음료 가격도 오른다. 롯데칠성음료는 1일 커피, 주스, 생수 등 10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4.0% 인상했다. 업소용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를 비롯해 칸타타, 레쓰비, 아이시스, 델몬트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LG생활건강도 파워에이드, 미닛메이드, 토레타, 몬스터 등의 제품 공급가를 평균 6.1%,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오란씨, 데미소다 등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오란씨는 5년 만에, 나랑드사이다(245㎖ 캔)는 9년 만에 값이 오르게 됐다.
식품 업체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데다, 강달러 여파로 환차손이 심각해지면서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인건비, 유가,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등의 상승도 겹쳤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올해 계획 기준보다 원료가 약 35%, 재료가 약 13% 정도 가격이 급등해 부득이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