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신북면 이천리 일원에 위치한 3㏊ 부지의 과수 농장은 얼핏 보기엔 여느 과수 농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곳은 부지가 평평하지 않고 경사져 있다는 점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서 연간 생산하는 단감 50t의 품질을 평가하자면 얘기가 달라진다. ‘청춘아람’이란 브랜드로 출하되는 이곳 단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다른 과일 품목을 모두 제치고 올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도나 맛이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평가를 받은 이면에는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경사면을 과수 농지로 선택한 이유는 물이 고여서 과수가 썩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비료도 특이하다. 이곳에는 일반 무기질 비료가 아닌 해조류를 활용한 액비(액상비료)가 뿌려진다.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대상을 수상한 농업인 김영재씨의 연령이다. 올해 만 26세인 김씨는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를 졸업하고 5년째 단감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향인 영암군에서 지원하는 품종 중 단감 농사를 짓는 분이 많지 않아 단감을 택했다. 많이 부족하지만 청년 농부 대표로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중에는 김씨처럼 ‘청년 농부’인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과일 선발대회는 단감·사과·배·포도 등 모두 11개 품목을 대상으로 외관, 당도, 산도 등을 평가해 대상과 품목별 우승자를 가린다. 올해에는 김씨를 포함해 14명이 상을 받았는데, 이 중 4명의 연령대가 20~40대였다. 전체 수상자의 28.6%가 청년농인 셈이다.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내 과일 산업에 젊은 층 유입이 많아진다는 것은 희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1인 당 과일 소비량은 62.6㎏였지만 지난해에는 54.4㎏까지 8.2㎏ 감소했다. 소비량 자체도 줄었지만 국산 과일 비중은 더 줄었다. 2010년만 해도 전체 소비량의 81.6%였던 국산 과일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3%까지 감소했다. 외국산 신선 과일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 이를 개선하려면 김씨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청년농이 늘어나야만 한다.
농식품부도 이런 흐름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오는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과일산업대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12회째인 과일산업대전이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것은 3년 만이다. 이번 대전에서는 대표과일 선발대회 시상식을 비롯해 수상자들이 출하한 제품을 시식할 수 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이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과일 상품들이 관람객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소비자들이 우리 과일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