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출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무역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역수지 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8개월째 적자늪에 빠졌다. 화물연대 파업이 야기한 물류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당장 개선이 힘든 국내외 악재가 맞물리면서 당분간은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0% 감소한 519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은 2020년 11월 이후 지난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지난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개월 연속 수출액 감소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주력 수출품목 중 반도체(-29.8%) 석유화학(-26.5%) 수출액 감소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19.1%에 달해 수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25.5%)을 비롯해 아세안(-13.9%) 등 아시아 지역 수출 실적이 부진한 점도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 봉쇄 장기화 영향이 수출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무역수지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8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11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70억1000만 달러 적자에 달한다. 1~11월 누적적자(425억6100만 달러)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은 무역적자를 더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생산 현장에서 항만으로 제품을 실어나르는 혈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대로 이이질 경우 12월 수출 실적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가동한 수출지원책을 총동원해봤자 생산한 상품을 수출하지 못한다면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화물연대 운송 거부가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 등으로 12월 수출마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