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임말·신조어·밈·해시태그… 트렌드 이끄는 디지털 언어

입력 2022-12-01 20:31

요즘 말은 ‘별다줄’이다. 별걸 다 줄인다. 고답이(고구마 먹은 듯이 답답한 사람), 택포(택배비 포함), 닥눈삼(닥치고 눈팅만 3일), 마통(마이너스 통장)…. 신조어도 계속 만들어지고, ‘얼굴 천재’ ‘육퇴(육아 퇴근)’ ‘야경 맛집’ 같이 서로 무관한 단어들이 조합되기도 한다. 해시태그(#)가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짤’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밈’이 제2의 언어처럼 사용된다.

이런 말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디지털 언어다.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해 일상어로 넘어온다. 디지털 언어는 어느새 우리 언어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말의 트렌드’는 요즘 말들을 조명하면서 그 의미와 배경을 읽어내는 책이다. 저자 정유라는 빅데이터 분석 회사 바이브컴퍼니의 연구원으로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남긴 말들을 수집,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요즘 말들에 대해 국어 파괴나 세대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저자는 “당대를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는 생활의 감정이 녹아 있다”며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에 따르면, 줄임말은 “일상 언어의 애칭”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와 일상을 담은 언어는 빈번하게 쓰니까 줄여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밈은 “이 시대의 새로운 어휘”이고 “세대를 읽는 키”가 된다. 그래서 ‘밈해력’이 필요하다. 해시태그는 생활 풍경을 읽기에 가장 좋은 재료다. 이전에 광고 카피나 유행어가 했던 역할을 지금은 해시태그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 언어에서 출발한 요즘 말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걸 표현하게 하고, 호칭이나 관계의 언어를 풍성하게 만들며, 올바르지 못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말들을 대체해 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 요즘 말들에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힌트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요즘 말들에서 추출해낸 키워드는 취향, 디테일, 자존감, 자아실현, 귀여움, 다정함, 세계관, 덕질, 꾸미기 등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