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파손된 경찰 장비를 배상하라며 국가가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집회·시위가 불법이어도 경찰의 과잉진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국가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와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쌍용차가 구조조정에 돌입하자 쌍용차 노조는 이듬해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해 조합원들이 있던 공장 옥상을 향해 최루액을 살포하고 비행 중인 헬기에서 최루액을 담은 비닐봉지를 옥상에 떨어뜨렸다. 또 기중기를 동원해 노조가 설치한 장애물을 부수고 컨테이너를 옥상에 내릴 것처럼 겁을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새총 등으로 저항했으며, 경찰 헬기와 기중기가 일부 파손됐다. 이에 경찰은 노조를 상대로 경찰 장비 손상에 따른 손해 및 부상당한 경찰의 치료비 등을 포함해 모두 14억6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노조 측의 배상 책임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1심은 노조가 13억7000여만원을, 2심은 11억3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중기 손상에 대해선 2심 재판부는 크레인업체에 기중기를 빌린 경찰 책임을 20%, 노조 책임은 80%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헬기 손상에 대한 노조 측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무수행 중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며 “(노조 측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 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원심이 기중기 손상에 대한 노조 책임을 80%로 인정한 부분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진압작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한 대항 행위로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경찰 스스로 감수한 위험”이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진압 과정에서 다친 경찰관 치료비와 휴대용 무전기 손상 부분에 대해선 노조가 배상토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