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입니다” “…” 응답못한 신고자 2명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입력 2022-12-01 04:06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사고 현장에 적막함이 감돌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희생자 일부는 사고 현장에서 50분 가까이 버티며 119신고까지 했지만 끝내 구조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희생자를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11시 무렵으로 보고, 사고 발생 초기 소방당국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동욱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대변인은 30일 “(10월 29일) 오후 10시42분과 11시1분에 119신고를 한 분들도 결국 사망했다”며 “참사 발생 이후에도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사고 신고가 오후 10시15분에 접수됐다는 점에서 희생자 중 일부는 사고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119신고 녹취록을 보면 오후 11시1분 신고자는 전화를 건 뒤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신고자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만 들린다고 기록돼 있다. 그 이전인 오후 10시42분 신고 기록은 주변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무응답’으로 처리됐다. 특수본은 신고자들 휴대전화 명의를 대조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사실을 확인했다.

특수본은 또 현장 경찰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사고 인지 시각을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공개한 무전 기록에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36분 “이태원 쪽으로 동원 가능 가용경력을 전부 보내라”고 첫 지시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해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라고 답변했다. 특수본 조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전 서장은 첫 무전 지시를 내리기 4분쯤 전인 오후 10시32분 현장 책임자인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한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무전과 통화 기록이 이 전 서장의 사고 인지 시점을 규명할 주요 증거로 본다.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 여부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송 전 실장은 특수본 조사에서 “오후 9시32분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통화해 (무정차를)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두 사람은 해당 시각 통화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 역장은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 소환 조사와 서울청·소방청·용산소방서·용산구청 소속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갔다. 이번 주 중 일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1차 신병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