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 당시 로비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증명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 문건은 당시 남욱 변호사에게 수십억원의 현금을 조달해준 분양대행업체 대표가 남 변호사에게서 들은 자금의 용처 등을 기록해둔 것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를 위해 쓴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증명은 대장동 사건이 표면화되기 이전에 작성됐다. 검찰은 사건을 재차 검토하는 과정에서 최근 이를 입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분양대행업자 이모씨가 2020년 4월 남 변호사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확보, 2014년 지방선거를 전후한 대장동 일당의 로비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의 내용증명은 이씨가 자금 회수 과정에서의 분쟁에 대비해 남 변호사에게 건넨 현금 액수와 명목을 나름대로 적은 문건이라고 한다. 이씨는 남 변호사가 “성남시장 선거자금과 대장동 인허가를 풀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문건을 통해 주장했다.
이씨가 2014~2015년 남 변호사에게 현금 약 42억50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남 변호사가 ‘검은돈’ 용처를 밝혔다는 점은 종전까지 드러나지 않았었다. 현재 검찰은 남 변호사가 이씨에게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분양대행 용역을 부풀린 금액으로 체결해 주겠다고 제안해 차액을 미리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 변호사가 이 대표의 선거를 도운 뒤 개발사업자 지위를 얻어 용역을 수주해 준다고 이씨에게 약속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 21일 대장동 공판에 나와 이씨를 출처로 한 돈 일부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빌린 돈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전달됐으며, 일부가 이 대표 측근들에게 건네진 것으로 들었다고도 증언했다. 당시 김씨가 “이재명 시장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안 주겠다고 한다”고 말하면서 이뤄진 일이었다는 게 남 변호사의 주장이다.
각각 갑을 관계인 개발사업자와 분양대행업자, 토목업자 등이 거액을 빌려주는 일은 로비 목적의 상납으로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난해에도 많았다. 당시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했지만 이렇다할 결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해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김씨는 “사업자금을 빌린 것일 뿐 로비에 쓰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