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에 있는 SK실트론 CSS 공장을 찾아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감사 입장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 내 한국 기업의 공장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유치 실적을 부각하는 등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조한 것이다. 산업계에선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과시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행보라고 분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있는 SK실트론 CSS 공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댄 킬디 하원의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측 인사들이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고, 세계의 다른 모두가 우리 공급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더는 (중국 공급망의)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안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 관계를 강조했었다. 한국 산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음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SK실트론 CSS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SiC) 웨이퍼를 생산한다. SK실트론이 2020년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현지 자회사다. 미국 현지의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등 한·미 반도체 협력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SK그룹이 미국 반도체 소재 기업을 인수해 재투자하자 북미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자동차 산업이 부활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장 방문을 두고 “미국과의 협력이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SK실트론 CSS 등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는 반도체 소재와 친환경 전기차 공급망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SiC는 전기차, 전자기기, 5G 망 등에 쓰이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핵심 소재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소수 반도체 회사가 과점 형태를 띠고 있지만, 상용화 초기 단계라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확대 정책과 맞닿아 있기에 생산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SK는 반도체에서부터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등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곳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욥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19년 5억 달러에서 2026년 49억 달러로 약 10배 성장할 전망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