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주거지 보장을 자립 과정의 핵심 요소로 본다. 보호종료 이후 살 곳이 없어 길거리로 내몰리는 걸 막는 것이 자립 지원의 출발점이란 것이다.
테리 갤러웨이(46)는 3년째 영국 노팅엄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독립해 머물 집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방정부를 통해 청년들을 연결받아 지낼 거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모두 15채의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주거지를 운영 중이다.
보호종료아동 출신인 갤러웨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픈 경험을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강제로 친모와 분리된 뒤 100번이 넘게 위탁가정들을 옮겨 다니면서 주거의 불안정을 체감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14일 갤러웨이와 함께 방문한 공동주택의 1층 주방 싱크대에는 숟가락 3~4개가 올려져 있는 큰 프라이팬이 눈에 띄었다. 한데 모여 같이 식사했음을 뜻했다. 이곳에서는 18세 남자아이 4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이 2층 주택에는 총 5개의 방이 있었는데, 각 방에는 침대와 책상, 옷장 그리고 TV가 갖춰져 있었다. 갤러웨이는 “모두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지내던 아이들”이라며 “18살이 돼 보호가 종료된 뒤 보육원을 나와 이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이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이후에는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작은 아파트인 ‘플랫’으로 독립해 나간다. 정부는 갤러웨이 같은 지원주택 운영자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거나 보호종료아동에게 직접 ‘지방주택수당’을 제공해 주거지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갤러웨이는 단순히 거주지뿐 아니라 공동주거라는 방식을 통해 보호종료아동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집에 사는 아이들끼리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며 “우리가 관계 자체를 제공할 순 없지만 관계를 형성해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자기 혼자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도록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팅엄=성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