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을 밀실에서 짬짜미로 심사하려고 한다. 여야는 지난 10일부터 예산조정소위 소속 15명의 위원들이 해오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사를 ‘소(小)소위’에 넘겼다. 법정시한(12월2일) 내에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예결위 활동 시한(11월30일)이 끝나는 날 소소위를 가동했다. ‘밀실 담합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늘 받던 소소위를 올해도 어김없이 꺼내들었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60일이 되도록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있다가 왜 관행처럼 소소위를 가동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여야 간사인 국민의 힘 이철규 의원, 민주당 박정 의원으로 구성된다. 총지출 639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안을 국회의원 3명이 심사하는 셈이다. 소소위는 법적근거가 없는 임의기구다. 회의록도 남기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마다 소소위 간사를 통해 자기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올바로 쓰이는지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눈먼 돈 빼돌리기 경쟁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도 모두 소소위를 거치면서 증액됐고 심지어 당초 정부안에 없던 예산이 신설되기도 했다. 소소위에서 100억원 이상 증액된 사업이 79개에 달했다. 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은 16개로 평균 175억원6000만원씩 증액됐다. 태릉∼구리 고속도로(38억원), 부전∼마산 광역철도(30억원), 태화강∼송정 광역철도(21억원) 사업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는 '0원'이었다.
정부 예산안 심사는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런데 국회는 예산안 심사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 심의기간도 짧지만 상임위와 예결위가 중복심사하면서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치질 않는다. 이런데도 정쟁으로 날을 보내다가 법정시한에 쫓기면 어김없이 소소위라는 편법을 동원한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것이다. 이러니 국회가 늘 국민신뢰도 꼴찌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