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 핵심은 원자력·재생·수소… 위험요소 극복이 과제”

입력 2022-11-30 04:04

한국은 자원 빈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전 세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과 산업계가 무리 없이 전력을 사용해 온 한 축에 원자력발전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원전이 안정적 전력 공급의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 ‘에너지 안보’를 달성했다고 보기에는 위험 요소가 여전히 많다. 에너지 가격은 올랐는데 전기요금을 억누르면서 올해 한국전력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돈이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현실적인 수준의 재생에너지 확대도 불가피하다. 미래 에너지인 수소 개발 경쟁도 도외시할 수 없다.

국민일보는 21회에 걸쳐 연재해 온 ‘리셋! 에너지 안보’ 시리즈를 마치며 29일 본보 대회의실에서 이성규 경제부장 사회로 문재도 H2KOREA 회장,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상 좌담회를 가졌다.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한국 상황을 진단한다면.

△손 교수=1년 전만 해도 에너지는 탄소중립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안보가 최우선 사항이 됐다. 유럽 에너지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것이 한국까지 전이되고 있다. 한국이 지난 5년간 에너지 전환을 하면서 예정된 설비보다 11GW 규모의 설비를 건설하지 못한 점도 우려된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 수준에 달하는 설비를 덜 지으면서 LNG를 더 쓰게 됐다. LNG 가격 급등 여파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력 공급단가를 높여 한전 적자를 키웠고 한전채 발행 확대 등 금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거 같다.

-한국이 원전을 보유한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 여파가 적었다는 평가가 있다.

△주 교수=올해 들어 원전 이용률이 5년 전처럼 80%대를 회복했고 발전량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탈원전 기간(71%)보다 늘었다. 앞으로 중요한 건 계속운전이다. 현재 보유한 24기만 잘 가동해도 된다. 궁극적으로는 소형모듈원전(SMR)에 집중해야 한다. 작고 수요지 인근에 건설하기 용이하다. 2030년 이후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원전의 난제로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꼽힌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있다.

△주 교수=부정적 인식이 큰 것은 오해에서 기인한다. 현재 기술로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핀란드 사례를 보면 방수제와 내부식성이 강한 구리를 활용해 묻었을 때 기술적으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제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유럽연합(EU)이 그린 택소노미(친환경·지속가능한 경제 활동 범위)에 이를 포함시키는 일 자체를 안 했을 것이다.

△손 교수=완벽한 에너지는 없다. 원전은 다 좋은데 위험하다, 석탄은 싼데 이산화탄소가 많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중요한 건 평가가 과학적으로 정당하느냐의 문제다. 이미 한국에는 1만5000t의 사용후핵연료가 있고 이는 탈원전을 한다고 사라지는 폐기물이 아니다.

-원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면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

△문 회장=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지역·국가별로 여건이 다르고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 전력 공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인 이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술 여건 등 변화를 반영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앞으로 송전망 건설, 생산지 인근 수요개발 등 통합적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여건상 재생에너지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손 교수=설비를 늘리려면 송전망과 생산한 전력의 저장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모두 부족하다. 아직 기술이 열악한 상황이다. 태양광의 경우 땅이 좁고 햇빛 조도도 낮아 불리하다. 다만 에너지는 길게 봐야 한다. 재생에너지산업이 본격화한 지 10년이 채 안 됐다. 이 정도 해보고 틀렸다며 안 하기엔 우리 에너지 사정이 절박하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

-수소 에너지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문 회장=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저장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해법이다. 그리고 향후 확실한 신에너지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다만 수소가 주력 에너지가 되려면 경제성이 확보되고 대량 공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은 모빌리티 분야 세계 1위지만 생산능력은 재생에너지산업이 강한 호주 등 다른 국가보다 떨어진다. 한국은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관계를 가져가야 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가 대표적으로 수소로 굴러가는 미래도시 구상이다. 수요자와 공급자 측면에서 공동으로 노력하는 모델을 한국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향후 에너지 안보 확보 차원에서 제언할 말이 있다면.

△문 회장=물도 식음료용, 세탁용, 샤워용으로 따로 있는 것처럼 각각의 에너지마다 역할이 있다. 미래 문제 극복을 위해 에너지원 모두 중요하다. 정치적인 측면을 빼고 중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 5년 임기만 보면 안 된다.

△손 교수=큰 틀에서 할 수 있는 것, 못하는 것을 나눠 보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기요금 문제가 지금은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주 교수=원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과도한 공포나 잘못된 정보 대신 과학에 기반한 인식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리=신준섭 박세환 신재희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