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현수(38)씨는 경기도 이천시에서 ‘메뚜기 박사’로 통한다. 8년 전 사료회사 월급쟁이 시절, 이구아나 타란튤라 등 희귀 애완동물의 ‘영양식’으로 활용되는 메뚜기에 주목했다. 메뚜기의 시장성과 희소성에 확신을 가졌던 복씨는 당시 귀뚜라미와 밀웜 중심이던 국내 곤충사료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복씨는 2~3년간의 테스트기를 거친 뒤 2018년에는 아예 퇴사하고 메뚜기 사육에 올인했다. 농업대학에서 곤충산업 분야를 전공하는 등 치열한 연구 끝에 지금은 벼메뚜기와 풀무치 20만 마리를 키우는 곤충 전문가로 성장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짓는 박정근(36)씨는 허브 전문가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박씨는 애플민트, 로즈마리 등의 허브와 관상용 식물 20여종을 재배하고 있다. 부모님이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허브로 작물을 변경한 뒤 온라인 판매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첫 라이브 방송에서는 매출이 4만원에 불과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후 ‘1+1’ 판매, 소비자들과의 실시간 댓글 소통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연간 억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농촌의 젊은 청년들이 고부가가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판로 개척, 스마트팜 재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2030세대들이 농촌에서도 ‘갓생’(‘성취감이 높고 보람된 삶’이라는 뜻의 신조어)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선정한 유망 직업 리스트에도 스마트팜 구축가, 기후변화에 알맞은 기술을 개발하는 정밀농업 기술자 등 바이오와 첨단기술이 결합된 직업들이 많다. 농식품부와 농정원은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갓생겟생’ 캠페인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는 한편, 이들의 농촌 정착 지원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에서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의 영농계획서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은 크게 3가지다. 3년간 생활자금 월 최대 110만원, 1.5%의 낮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해주는 영농창업자금, 최장 30년간의 농지 임차와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 등이다. 내년에도 40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9일 “청년들이 농업·농촌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