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여야가 합의한 지 며칠도 안 돼서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키로 하자 국민의힘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 결정 직후 논평에서 “‘선(先) 해임 후 국조’는 국정조사 파기와 같다”며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정부 퇴진 촛불의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참사를 빌미로 국정조사 간판을 내걸고 정치 공방만 계속할 것이 분명하며, 이는 국민적 분노와 심판을 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 대변인은 ‘국정조사 보이콧도 검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정조사가 만약 파기된다면 그 책임은 전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조사 합의에 직접 나섰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정조사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이 장관을 오늘까지 파면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이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정략적 목적에서 이 장관 파면을 촉구하면서 여당 내부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장관 퇴진 목소리가 당분간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성급한 민주당이 이 장관을 살린 셈”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지금은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지만 다음에는 한덕수 총리, 결국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까지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이 국정조사 합의 직후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하면서 국정조사에 찬성했던 당내 온건파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국조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박민지 손재호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