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던 ‘황금세대’가 흐르는 세월에 빛을 잃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며 ‘황금세대’란 평가를 받았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위 벨기에가 ‘복병’ 모로코(22위)에 무너졌다.
벨기에는 카타르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모로코에 0대 2로 패했다. 모로코는 후반 27분 압델하미드 사비리의 선제골에 이어 추가 시간에 나온 자카리아 아부크랄의 쐐기골로 대어를 낚았다.
사비리는 벨기에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로 공을 감아차는 직접 슈팅으로 벨기에 골망을 흔들었다. 크로스를 예상한 벨기에 수비진과 골키퍼의 허를 찌른 슈팅이었다.
벨기에는 후반 36분 주전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를 교체 투입했다. 햄스트링 부상 중인 루카쿠는 애초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부터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팀이 예상치 못한 패배 위기에 몰리자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추가 골을 터트린 건 모로코였다. 모로코는 후반 추가시간 역습 기회에서 아부크랄이 쐐기골을 폭발시키며 승리를 확정했다.
모로코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벨기에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러시아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를 만난다.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벨기에는 케빈 더브라이너 등 ‘황금세대’가 여전하지만, 이들의 노쇠화로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벨기에는 이번 대회 캐나다와 모로코전에 평균 연령 각각 30세 181일, 30세 177일의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냈다. 얀 베르통언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너무 나이 들어서 좋을 공격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로코가 벨기에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흥분한 모로코 축구 팬들이 벨기에에서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경기 직후 수십 명의 축구 팬들은 브뤼셀 중심가에서 상점 창문을 깨거나, 차량을 향해 폭죽을 던지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