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화성-17형’ 개발·발사 공로자 106명 무더기 승진

입력 2022-11-28 04:0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개발·발사 공로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27일 공개한 사진이다. 김주애는 어머니 리설주 여사와 흡사한 스타일로 꾸미고 등장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개발과 발사에 기여한 군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키면서 화성-17형을 “거대한 창조물이며 전략적 힘의 위대한 실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잠시 미루고 미국에 좀 더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ICBM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연구부문 간부들과 과학자들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면서 군사 칭호를 올려줄 것을 명령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상장(별 3개)에서 대장으로 진급하는 등 106명이 승진했다.

북한은 ICBM을 싣는 이동식발사차량(TEL)에도 ‘영웅’ 칭호를 부여했다. 기동성이 향상된 TEL로 언제 어디서든 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차원에서 사람이 아닌 대상에 영웅 칭호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맞아 화성-17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내부 결속을 꾀할 전망이다. 국방과학원이 김 위원장에게 올린 충성 결의 편지에서 “화성포-17형 최종시험발사에서 완전 대성공했다”고 언급한 점을 미뤄 화성-17형의 추가 발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 대신 ICBM을 내세우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을 더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단을 꺼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ICBM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보여주는 만큼 ICBM으로 인해 미국이 느끼는 압박은 핵실험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기술을 어느 정도 완성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서두르기보다 ‘히든카드’로 쥐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핵실험은 마지막 카드로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그전까지 담화 등 말폭탄과 도발 명분 축적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화성-17형 개발·발사 공로자들과의 기념촬영 행사에 딸 김주애를 또다시 대동했다. 첫 등장 때 초등학생다운 차림이었던 김주애는 이번엔 어머니 리설주 여사로 착각할 정도로 성인 여성처럼 꾸민 모습으로 나타났다. 첫 등장 때 ‘사랑하는 자제분’이던 관영 매체의 호칭도 이번엔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격상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래세대의 안전을 화성-17형으로 달성했다는 메시지로 향후 김주애가 더 빈번히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