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예대금리차 8년 만에 사상 최대

입력 2022-11-28 04:05 수정 2022-11-28 04:05
지난 24일 오후 서울의 한 은행앞에 부착된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 뉴시스

기준금리 상승에 맞춰 일제히 수신금리를 올리던 은행들이 최근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출금리가 치솟자 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한 탓이다.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던 정부 기조가 무색하게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이후 8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한국은행 통계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46% 포인트로 집계됐다. 2014년 2분기(2.49% 포인트)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수준이다.

정부는 은행권에 최근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는 ‘도미노 현상’이 자금시장 경색을 가속하는 만큼 수신금리를 틀어막아 대출금리 상승세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수신상품 금리 인상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은행들은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의 0.25% 포인트 인상 결정 이후에는 잠잠한 상태다.

산업계에서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는 만큼 대출금리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반면 별다른 투자 수단 없이 예·적금 위주로 자산을 형성하는 재테크족은 불만 일색이다.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연 5%를 넘나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5% 수준(시중은행 기준)의 금리로는 저축 효과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불만 요인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은행채 발행, 예금금리 인상 등 자금조달 수단은 사실상 전부 막아놓고 대출금리도 올리지 말라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기조는 기존 지침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 확대 등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행권을 압박했다.

한편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구체적인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평균대출금리, 기업대출금리 등 세부내용이 모두 표시되고 가계대출 공시는 은행 내부 신용등급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이용하는 개인신용평가회사(CB) 신용점수로 변경 적용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