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최근에 공식 홈페이지 주소를 ‘www.byd.com’에서 ‘www.bydglobal.com’으로 바꿨다. 회사 이름 뒤에 ‘글로벌’을 붙여 세계시장으로의 진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기초체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은 유럽이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27일 시장조사기관 EV볼륨에 따르면 지난해 233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203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BYD가 유럽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 국제모터쇼’에서 “유럽에 전기차 3종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표적은 독일이다. 올해 안에 아토3(ATTO3), 탕(TANG), 한(HAN)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6년까지 전기차 12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마이클 슈 BYD 유럽법인 이사는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2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을 우린 5년 안에 이루겠다. 전기차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도 발을 디딜 예정이다.
니오는 지난해 9월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 세계 25개국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창청자동차도 내년 유럽 진출 계획을 밝혔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도 유럽에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안방에서만 누비던 중국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서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그룹 등 글로벌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BYD의 한국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반도 상륙 시점으로 내년이 유력하다. 이미 도로주행 테스트 등을 끝마쳤다. 현재 환경평가 인증 업무 등을 지원할 인력을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일본 시장에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내년 1월에 정식 판매를 시작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배터리에 있다. 특히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보유량이 압도적이다.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이차전지 4대 소재 부품 생산량이 모두 세계 1위다. BYD는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세계시장 장악이 단시일에 이뤄지긴 쉽지 않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본다. BYD는 1500건 이상, 지리차는 800건 이상의 전기차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BYD는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YangWang)’을 내놓을 계획이다. 자동차 가격은 최대 150만 위안(약 2억825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까지 중국산 전기차 침공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