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계좌추적에 들어간 것을 두고 “언제든지 털어보라. 그러나 마치 문제가 있는 양 쇼하는 것은 검찰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발끈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말미에 “웬만하면 이야기 안 하려 했는데”라며 예정에 없던 검찰 수사 관련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검찰의 창작능력도 의심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좌를 털다 보면 계좌가 다 닳아 없어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경기도 국감에서 나와 가족들의 계좌는 얼마든지 확인하라고 공개 발언을 했고, 그걸 근거로 수차례 검찰이 계좌를 확인했다”며 “이제 와서 마치 문제가 있는 것인 양 얘기하는 것은 쇼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계좌추적을 하며 강제조사를 위한 수순을 밟아가자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검찰의 수사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수사는 기본적으로 밀행,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며 “동네 선무당 굿하듯이 꽹과리 쳐 가면서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이날 이 대표를 겨냥한 법정 폭로를 이어갔다. 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대장동팀’에 끌어들인 이유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 로비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김씨가 이재명 시장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다고 듣진 못했다”면서도 “김씨가 이 시장과 친분이 있는 유력 정치인과 친분이 있어 이 시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 시장 측 몫이라고 김씨에게 들었다’는 지난 21일 자신의 법정 증언에 대해 “정진상(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뿐만 아니라 이 대표도 포함된 의미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시장 측 몫은) 대선을 염두에 둔 거로 안다”며 “총 4번의 선거, 그중 (성남시장 선거가 있던) 2014년은 내가 선거 자금을 드렸고, 2017년 대선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2021년 대선, 그 이후 노후자금, 이 정도로 생각했던 것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 뇌물’ 등 4개 혐의로 구속된 정 실장을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하며 이 대표 관여 여부 수사를 재개했다. 전날 정 실장의 구속적부심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된 후 첫 조사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그의 부동산과 자동차, 예금 등 재산 6억원에 대한 동결 절차에도 착수했다.
안규영 양민철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