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채권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고공 행진하고 있다. 자금 조달 여력이 없는 중소형 증권·캐피털사는 채권을 차환 발행할 때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제2 금융권에서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년물 국고채와 신용 AA-등급 3년물 무보증 비은행 금융기관채 간 금리 차이(신용 스프레드)는 2.396% 포인트로 집계됐다. 강원도가 신용 보증한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된 지난달 5일(1.597% 포인트)은 물론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을 시작한 같은 달 24일(1.918% 포인트)보다도 차이가 커졌다.
일반 회사채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날 기준 AA-등급 3년물 무보증 공모 회사채 금리는 5.558%로 3년물 국고채보다 1.701% 포인트 높았다. 세계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4월 28일(1.593% 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회사채는 8조2982억원어치 발행되는 데 그쳐 전월 대비 규모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정부의 채권 시장 안정 대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정부 대책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는 반면 비은행 금융채와 회사채 금리는 별 차이가 없다.
이런 현상은 PF ABCP를 차환 발행해야 하는 증권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30개월 이내 30조원어치가 넘는 PF ABCP가 차환 발행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업계 상위 10개사의 경우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순자본비율이 1000%를 웃돌아 상황이 양호하지만 중소형사 상당수는 500%를 밑돌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업계는 장·단기 채권 간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부담이다. AA-등급 캐피털채 3년물과 1년물 간 금리 차이는 2020년 3월 0.01% 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12월 0.47% 포인트로, 올해 5월에는 1.24% 포인트로 벌어졌다. 장기채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올해 들어 캐피털채 평균 만기의 경우 AA-등급은 1.59년에서 1.25년으로, A0는 1.62년에서 1.18년으로, BBB+는 0.93년에서 0.66년으로 각각 짧아졌다.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발행한 1년물 이하 단기 캐피털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고금리 차환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는 신용 등급이 BBB+ 이하이거나 아예 등급이 없는 중소형 캐피털사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한다. 이들은 단기 기업어음(CP) 의존도가 높아 고금리 시기에 장기 차입금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와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