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전남 완도 도서지역을 23일 방문한다고 행안부가 22일 밝혔다. 가뭄 대책의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급수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된 일정이라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사태 수습에만 매달려 왔다. 이 장관 입장에서 이번 완도 지역 방문은 이태원 참사와 상관없는 첫 공식 일정이다. 이번 일정을 둘러싸고 이 장관이 ‘사퇴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장관은 23일 완도 금일읍을 찾아 저수 상황과 급수 실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남부 지방의 가뭄으로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주민 불편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방문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심각한 섬 지역을 직접 찾아 급수 실태를 확인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비가 내리면서 완도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장관이 방문할 금일도의 경우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일도에는 주민 3600여명이 살고 있다. 이 장관은 금일도의 척치 저수지를 찾아 현장을 둘러본 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광주는 물론 전남 지역의 가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행안부 장관으로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되, 다른 민생 현안 역시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주력해왔다. 지난 1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사과했다. 또 ‘다중 밀집 인파사고 안전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대책본부회의 등을 주재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이 없는 행보에 시동을 걸면서 계속되는 사퇴론에 선을 긋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챙겨야 할 현안을 살피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퇴론 및 경질론을 일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참사 관련) 정치적 책임에서 정치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며 “이번 방문과 관련해 이 장관이 유임될 것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