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거자금 6억 줬다는 남욱 “시장 재선되자 김용 ‘고맙다’ 했다”

입력 2022-11-23 04:06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이 결정된 2014년 6월 4일 이 대표의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직접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22일 국민일보에 밝혔다. 이날은 두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면한 날이라고 한다. 남 변호사는 김 부원장이 고마움을 표한 이유에 대해선 “법정에서 다 진술했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지방선거 전후 시기 이 대표 측에 현금과 수표 등 6억원가량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전날 법정에서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새벽 국민일보 기자를 만나 “김 부원장을 한번 뵌 적이 있는데 2014년 (지방) 선거날이었다. (김 부원장이)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을 고마워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뭘 했는지에 대해선 법정에서 진술해서 모두 알려졌다”고만 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선거를 앞둔 무렵 위례신도시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선거자금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고, 조달한 자금은 ‘형들’(김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나 이 대표 지원을 위해 대순진리회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이 남 변호사에게 사의를 표했다는 점은 검찰이 의심하는 대장동 민관유착 구조에 힘을 싣는 정황으로 읽힌다. 김 부원장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 캠프 조직관리를 담당했고, 남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는 내용은 김 부원장과 남 변호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전제사실로서 적혀 있다.

남 변호사는 석방 직후 법정에서 이 대표를 겨눈 증언을 쏟아낸 데 대해 “제 책임과 관련된 문제”라며 “그간 말씀드리지 못한 것을 말씀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21일 대장동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천화동인 1호 지분에 이 대표 측의 몫이 포함돼 있다는 걸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사실관계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건 평가의 문제”라며 “이 증언들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검찰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이 검찰 공소사실을 허구라고 항변하는 데 대해 남 변호사는 “(향후 법원과 검찰에서) 팩트를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거듭했다. “법정에서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도 반대신문과 재신문을 거치며 내가 아는 사실관계를 소명·증언할 것”이라며 “그러면 내게 얘기를 전달한 분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나름의 답변을 하실 것”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지방선거일 저녁에 김 부원장과 유일하게 만난 것과 관련해 “나는 사업만 잘하면 되는 것인데 사업하는 입장에서 굳이 많이 만나면 복잡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전날 법정에서 뇌물의 금액과 전달 장면 등을 세세하게 증언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내가 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