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립 기치 전기위… “국가가 요금 통제, 정당성 따져봐야”

입력 2022-11-23 04:08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위원장에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 교수는 평소 정부 주도가 아닌 전문가 그룹이 시장 상황에 맞춰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인물이다. 이 교수가 전기위 위원장으로 낙점되면서 정부 입맛에 맞춰 전기요금을 결정해왔던 전기위가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001년 출범한 전기위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 심의 권한을 갖는 최종 결정 기구다. 한국전력이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 인상·인하를 신청하면 전기위가 이를 심의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물가 관리를 맡고 있는 기재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 국민 여론, 정치 논리가 전기요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시장 상황보다는 정무적인 판단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된 셈이다. 이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독점 체계인 전기 시장의 특성 상 국가가 개입하더라도 물가를 고려해 전력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부처가 어떤 목적으로 전기요금을 정하고 있고, 그 과정은 정당성이 있는지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기요금을 쥐락펴락하는 기재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전기요금은 정부 뜻에 따라 계속 동결돼 왔다. 결과는 20조원이 넘는 한전 역사상 최악의 적자 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도 기재부는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선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전기위의 독립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전기위가 전기요금을 시장 변동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전기위를 독립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 올 하반기 연구용역 발주를 검토한 바 있다. 정부 내부에선 차관급인 전기위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거나, 기존처럼 산업부 소속기관으로 두되 산업부 장관이 가진 전기요금 결정 권한 등을 전기위로 넘기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결국은 흐지부지 됐다.

전기위가 신임 위원장을 맞이하면서 중단됐던 전기위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번주 내로 전기위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기위는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민간 위원은 8명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