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넘는 아파트 공시가 현실화율 5.9%P 낮아진다

입력 2022-11-23 04:05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도입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현실화율 하향 조정으로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관련 세 부담도 감소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가 국토부 공시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어 사실상 정부안으로 해석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 내년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평균 69.0%로 올해(71.5%)보다 낮아진다. 9억원 미만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68.1%로 1.3%포인트 낮아지고,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69.2%, 15억원 이상은 75.3%로 각각 5.9%포인트 떨어진다.


이번 제시안은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4일 1차 공청회에서 제안한 수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토부 공시가격 제도 개선 용역을 맡은 조세연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최근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반영해 하향 조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내년 현실화율 동결만으로는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데 여러 제약 요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급변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동결하면 여전히 역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도 공시가 관련 세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세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하향 조정돼 이중으로 과세표준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22만명으로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종부세 고지 인원도 내년에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종부세·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실화율 최종 목표치를 90%에서 80%로 낮추고, 목표 달성 기간도 2035∼20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