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는 석방 당일 법정에 서서 대장동 사업 전후 본인이 한 로비와 전해 들은 이후의 경과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가 스스로 공개한 행적은 ‘실세’들의 ‘2차 비용’ 대납, 뇌물 돈다발의 은행 띠지 제거, 대북지원 사업을 염두에 둔 투자까지 다양했다. 다만 그는 로비의 최종적인 성사 여부나 뒷돈의 종착지에 대해서는 전언이나 추측으로 말하는 한계를 보였다.
남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측에 2억원을 건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김 의원 측에 현금을 주자고 김씨가 제안했고, 이에 자신이 2억원을 빌려 김씨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김씨가 2억원을) 전달했다고 들었다”면서도 “확인한 적은 없다”고 했다. 김 의원 측은 남 변호사의 증언 직후 입장문을 내 “아는 바가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남 변호사는 김씨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건네진 돈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형들’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2014~2015년 토목업자 나모씨를 출처로 빌린 사업자금 20억원을 대장동 사업 주체가 바뀔 때 모두 김씨에게 줬는데, 김씨가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때에도 “들은 사실이라 확인한 바는 없다”고 했다.
김씨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에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선처를 부탁했다고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조씨에게 박영수 변호사(전 특별검사)를 소개해 주고 1500만원을 받았다고도 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3월 “후배 검사들에게 사건을 청탁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냈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북지원 사업을 하기 위해 정민용 변호사에게 35억원을 건넸다고도 증언했다. 정 변호사가 황금다시마 비료 사업 투자를 제안했으며, 이때 유 전 본부장이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지원사업으로 추천해줄 수 있다”고 설명해 돈을 넣었다는 얘기다. 남 변호사는 추후 정 변호사와 대질하는 과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사업을 담당할 것임을 인지했다고도 주장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