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입소문 FTX 선물 한국인들 가장 많이 물렸다

입력 2022-11-22 04:07
암호화폐 거래소 FTX 로고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실행한 컴퓨터 화면에 표시돼 있다. AFP통신이 일러스트용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100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FTX 파산 사태에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대형 국내 거래소를 뒤로 하고 FTX로 향한 주된 이유로 선물·레버리지 거래를 지목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뚜렷한 관련 법률이 없음에도 암묵적으로 선물 거래가 금지돼 투자자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탓이다.

21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FTX 소속 변호사들은 법원에 제출한 파산 관련 문서에서 100만명 이상의 채권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중 한국인 회원 비중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게코가 FTX 거래소 방문자 트래픽을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FTX의 한국인 이용률은 6.1%로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만명의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뒤로 하고 FTX로 몰린 이유로는 ‘선물 거래’가 지목된다. 선물 거래는 현재 가격이 아닌 미래 코인의 가격을 예측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해외 거래소들은 100배가 넘는 레버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레버리지 100배로 ‘롱 포지션’을 잡을 경우 코인 가격이 1%만 올라도 수익률은 100%에 달한다. 하지만 반대로 가격이 1% 떨어지면 수익률은 -100%로 추락해 원금이 전부 청산된다. 수수료 등 부가비용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빠르게 투자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모습이 인기를 타며 ‘대박’을 노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이런 거래방식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법률상 명시적으로 국내 코인 거래소들의 선물거래 서비스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이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탓에 국내 투자자들이 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선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한 다음 해외 거래소로 전송시켜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번거로운 절차에도 불구하고 바이낸스, FTX 등 해외 거래소에 한국인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다.

국내 거래소들은 물론 해외 거래소들도 한국 내 가상화폐 선물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탓에 쉽게 서비스 제안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특금법 등 가상자산에 대한 법률이 코인 선물거래 도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물거래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체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