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2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20여명은 이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인 박형수·박성민 의원 등과 1시간50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날 면담은 유족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참사로 30대 아들을 잃은 이모(65)씨는 면담을 마친 뒤 유족 대표 형식으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큰 사건이 났는데 누구 하나 책임자도 없고 사과도 없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인 이상민씨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정 위원장을 만났어도 속 시원하게 말하는 게 없고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고만 한다”면서 “아무것도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무책임한 사건이 났으면 속 시원한 사과라도 하고 책임을 져야지, 두루뭉술하면 유족으로서 제2의, 제3의 아픔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유족은 정부의 미흡한 사고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 당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는 것이냐”며 “지금 대책이 없어서 참사가 일어났나. 있는 것도 작동을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간접살인이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또 “수사와 국정조사가 같이 이뤄졌으면 한다”면서 “똑같이 진실을 밝히는 것인데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는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 도중 면담장 밖까지 유족들의 고성과 비판이 들렸다. 한 유족은 책상을 치며 “대통령실 바로 옆에서 압사를 당했다”고 흐느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제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심이 너무 크셔서 아픈 마음을 어떤 필설로 위로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정부·여당으로서 너무나도 송구스럽고 죄스럽다”며 “유족분들의 의견을 충실히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