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박 빠진 애 아빠와 이별… “이제 아들 웃는 얼굴만 봐도 힘이 나”

입력 2022-11-22 04:05

A씨가 생후 9개월 된 아들과 둘이 살기 시작한 건 3년 전 스물세 살 때부터다. 선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 아버지가 술과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고 A씨는 아기가 제대로 클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하지만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에서 아기와 머물기 시작한 그는 불안에 휩싸였다. 세상에 그와 아기만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동안에는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걸로 아이 키울 돈과 월세를 감당하긴 어려웠다. ‘아이를 멀쩡히 키울 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 스스로 남들보다 뒤처진 삶을 살아간다는 조바심이 우울증이 돼 그를 괴롭혔다. 고심 끝에 A씨는 아이를 낳으며 의절하다시피 했던 부모한테 다시 연락했다.

부모와 정부 지원제도를 알아보며 A씨와 아이의 삶은 서서히 제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사주고 싶던 예쁜 옷과 장난감을 사줬고, 멘토링 상담교사를 만나 마음의 병도 치유해 나갔다. 중단했던 학업도 학점은행제로 재개했다. A씨는 지난 19일 국민일보에 “아이 웃는 얼굴만 봐도 살 힘이 난다”며 “과거의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열심히 해서 꼭 아이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자’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정부가 시작한 청소년 한부모 지원정책의 덕을 봤다. 24세 이하 저소득 청소년 한부모가족은 지난 8월 기준 전국 2120가구다. 이 중 A씨 같은 모자(母子)가구 비율은 90%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청소년 한부모 중 중위소득 72%, 즉 2인 가구 기준 월 약 235만원 이하인 이들에게 A씨가 받은 심리상담이나 취업, 돌봄 등을 한 묶음으로 지원 중이다.

지난달부터는 청소년 한부모에 한해 아동양육비 지원대상이 중위소득 60% 이하였던 걸 65% 이하, 2인 가구 기준 월 약 219만원 이하로 넓혔다. 한부모가 아니더라도 중위소득 60%, 3인 가구 기준 월 약 252만원 이하인 청소년 부모에게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달까지 총 1135명이 해당 지원을 받았다.

A씨는 최근 25번째 생일을 맞았다. 법적 청소년 기준인 만 24세를 넘겨 지금은 일반 한부모다. 정부는 A씨 같은 성인 한부모를 향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부모가 검정고시를 응시하거나 국민취업제원제도를 이용하는 등 학업·취업을 준비하면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더 머물 수 있게 했다. 지난 8월부터는 한부모가 긴급복지 생계지원을 받더라도 아동양육비가 계속 지원되게 제도도 정비했다.

여성가족부는 또 지난 8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에 대한 출국금지 채무액 기준을 기존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내렸다. 법원이 감치명령을 내린 지 3개월 지난 양육비 미지급자에게도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아동양육비 지원대상은 올해 중위소득 하위 58%까지 늘린 것을 내년엔 60%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부모가 엄격한 양육비 지원 기준 탓에 저소득 일자리에 고착화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