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위치 선정과 파워 넘치는 헤더, 침착한 페널티킥까지. 카타르에 사상 첫 월드컵 개최국 개막전 패배를 안긴 에콰도르 공격 선봉엔 주장 에네르 발렌시아(33)가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펄펄 나는 발렌시아처럼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선 실력만큼 정신력도 중요하다. 카타르에서 과연 누가 ‘애국자형 선수’로 자국 선전을 이끌지 관심이 모인다.
발렌시아는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발렌시아는 에콰도르가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나선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부터 팀이 넣은 득점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 브라질 대회 때 스위스(1골) 온두라스(2골)를 상대로 득점한 발렌시아는 이날 득점까지 월드컵 4경기 5골을 기록 중이다.
발렌시아는 진정한 ‘애국자형 선수’다. 야심차게 진출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등 선수 생활에 굴곡도 겪었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때만 되면 귀신같이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2021-2022시즌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33경기 13골 5도움을 올린 발렌시아는 올 시즌 벌써 22경기 1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을 뛰어넘었다.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국자형 선수론 루카스 포돌스키(독일)가 있다. 소속팀에선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포돌스키는 A매치에선 130경기 49골을 넣어 전통의 강호 독일 대표팀에서도 역대 출장·득점 3위에 올랐다. ‘국대스키’라는 별명도 이 때문에 얻었다.
카타르월드컵의 예상 애국자로는 가레스 베일(웨일스)이 손꼽힌다. 베일은 잦은 부상 문제로 소속팀에서 결장하는 와중에 웨일스 역대 출장 2위·최다골(108경기 40골)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도 64년 만에 자국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어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박찬하 KBS 해설위원은 “베일 외에 소속팀 경기를 못 뛰고 있는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나 소속팀은 1~2부 리그를 오가지만 대표팀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76경기 50골), 메이저대회에서 유독 좋은 활약을 펼치는 스위스의 제르단 샤키리, 그라니트 자카 등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황의조와 권창훈이 거론된다. 황의조는 벤투호 출범 후 최다 득점(15골)을 기록했고, 권창훈도 황의조와 손흥민(12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점(8골)을 올렸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폼이 많이 떨어져도 기회는 온다”며 “황의조 같은 선수가 애국자가 돼야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어 기대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