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광역버스 입석 승차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이후 맞은 첫 월요일 출근길. 서울 방향의 여러 정류장에서 만차 버스를 연이어 보낸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광역버스 노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KD운송그룹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난 18일부터 광역버스 입석 승차를 금지했다.
21일 오전 7시40분쯤 수원 영통역 인근 버스정류장 앞에는 ‘안전을 위해 입석운행을 중단한다’고 써 붙인 광역버스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한 시민이 익숙한 듯 버스에 올랐지만 기사가 “빈 좌석이 없어 탈 수 없다”고 안내하며 승차를 제지했다.
잠실역으로 향하는 1112번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송규현(33)씨는 “당장 버스 증차가 없는데 입석 금지부터 먼저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영통에선 지하철을 타면 세 번을 갈아타야 해 출근이 늦어진다”고 토로했다. 강남역으로 향하는 5100번 버스를 기다리던 한 남성은 “사전에 탑승예약 시스템은 있지만 1주일 전에 예약 전쟁을 벌여야 겨우 탈 수 있다”며 “오늘도 예약에 실패해서 3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 백석역 앞 버스정류장에서도 휴대전화로 버스의 남은 좌석 수를 연신 확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선우(42)씨는 “집에서 나오기 전 새벽부터 버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잔여 좌석 수를 계속 챙겨봐야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안 부족 상황을 답답해 했다. 직장인 장정욱(49)씨는 “입석 승차가 위험한 건 모두가 알지만 출근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타왔던 것”이라고 했다. 버스를 세 차례 보냈다는 권모(25)씨는 “겨울에 사람이 꽉 찬 광역버스에 입석으로 타면 두꺼운 외투에 답답한 차 안 공기까지 더해져 숨이 막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도 “입석 금지를 해서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맞지만 앞으로 출근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오히려 정류장 앞 도로가 위험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민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광역버스가 오면 (타지 못할까봐) 질서 없이 마구잡이로 찻길로 뛰어나간다. 버스 번호마다 대기 번호를 만들어서 새치기 안 당하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정부와 경기도는 버스와 좌석 공급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세버스, 예비차량 등 20대를 투입하고, 지난 9월에 수립한 광역버스 입석 대책에 따라 늘리기로 한 차량 68대도 내년 초까지 투입을 완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용현 신지호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