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에산 하즈사피가 자국에서 진행 중인 ‘히잡 시위’와 정부의 과잉진압을 두고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하즈사피는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월드컵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란은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구금됐다가 풀려난 뒤 사흘 뒤 의문사하며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사상자 수백명이 발생하자 앞서 이란 대표팀 간판 사르다르 아즈문이 소셜미디어에 “이란 여성과 민중을 죽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정부를 직격했다.
하즈사피는 아즈문에 이어 두 번째로 히잡 시위에 입을 열었다. 그는 시위의 정당성과 당국의 대처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표팀이 그분들(희생자)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한다”고 언급하며 정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우리 대표팀이 지금 카타르에 있지만 국민의 목소리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라며 “최선의 경기력으로 골을 넣어서 이란 국민과 유가족께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란과 맞붙는 잉글랜드 역시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예고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2020년 미국에서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인종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경기 전 무릎 꿇기를 해왔다. 이들은 20일 훈련 직전에 카타르월드컵 중에도 무릎 꿇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무릎 꿇기는 우리가 팀으로서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다. 이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 행동이 포용성의 중요성을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크고 강력한 성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