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크기 ‘車 사운드 솔루션’… LG계열사, 車사업 전력질주

입력 2022-11-22 04:04
LG디스플레이가 21일 공개한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 LG디스플레이 제공

LG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자동차 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에 LG그룹은 ‘미래 자동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부터 전장(전자장비), 디스플레이,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완성차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전력투구’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보이지 않는 스피커로 고품질 사운드를 구현한 신개념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Thin Actuator Sound Solution)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제품은 부품 수가 많아 크고 무거웠던 기존 스피커의 단점을 개선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독자 개발한 필름 형태의 익사이터(진동 발생 장치)가 디스플레이 패널 또는 다양한 차량 내장재를 진동판으로 삼아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여권만한 크기(150㎜×90㎜)와 무게(40g), 5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한 두께(2.5mm)로 매우 작고 얇고 가볍다. 기존의 자동차 스피커와 비교하면 무게는 30%, 두께는 10%에 불과하다.

자동차에 이 스피커를 적용하면 탑승자 눈에 보이지 않아 실내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 스피커가 차지하던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탑승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솔루션을 내년 1월에 열리는 ‘CES 2023’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 완성차에도 탑재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동차 전장용 디스플레이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력 사업이던 TV,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실적이 부진하면서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 1조원을 넘겼지만, 전장 부문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2020년까지 약 2조원가량이었던 전장 수주는 2021~2022년에 4조~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LG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 ‘자동차 시너지’도 커질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는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카메라, 디스플레이, 센서, 배터리 등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무게를 싣는 중이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전장사업본부(VS)에 4315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7% 늘어난 규모다. 전장사업본부는 2013년 출범 이후 9년간 적자를 이어왔지만, 올해 2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연말에 수주 잔고가 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연간 기준으로도 첫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LG이노텍도 전장사업 적자 폭이 줄어들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에 양극재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0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증가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90%가량 급감했지만, 양극재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소재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490억원)보다 8배 이상 급증한 4158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