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급매 거래’가 시장을 주도한 올해 4분기에 서울 아파트 2채 가운데 1채는 하락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실거래 신고제를 도입한 이후 하락 거래가 절반을 넘기기는 처음이다.
직방은 2013년 1분기부터 올해 4분기까지 아파트 매매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에 직전 대비 5% 이상 거래가격이 하락한 서울 아파트의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전국 아파트 중 하락 거래 비율은 37.7%에 달했다. 올해 이전까지 5% 이상 대폭 하락 거래된 비중이 최고치였던 시기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였다. 당시 하락 거래 비중은 전국 32.0%, 서울 47.0%였다.
서울의 경우 직전 분기보다 가격이 5% 이상 상승한 거래 비율이 4분기 현재 12.4%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직방에서는 “이마저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상승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단지 내 동일 면적도 리모델링 여부나 층·향에 따라 가격 편차를 보일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동일 조건 아파트의 상승 거래가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
수도권과 대전, 세종, 대구에서 하락 거래의 비율이 높았다. 20~30대의 매수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청년층은 주택 매수 시 상대적으로 자기자산보다 대출 비중이 높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일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 하반기 들어 거래절벽 속에서 급매가 아니면 매매되지 않는 하락 거래 중심의 시장이 형성됐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푸는 등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하락 거래 위주의 시장 상황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