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 여파 ‘고파이’ 닷새째 출금 지연… 24일 분수령

입력 2022-11-21 04:04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신청 여파로 국내 거래소 고팍스의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 상품의 출금이 중단된 지 일주일이 가까워오고 있다. 당장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형 상품의 예치 자산 규모는 약 47억원에 달한다. 고파이의 출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투자자 불안이 가중돼 자칫 ‘코인런(코인 대량 인출 사태)’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일고 있다.

20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미국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캐피탈 서비스 중단 여파로 지난 16일부터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 ‘자유형’ 상품의 원금·이자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고팍스에는 첫 공지 이후 별다른 공지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고파이는 고객이 보유 중인 암호화폐를 맡기면 이에 대해 이자를 주는 서비스이다.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과 이자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고객들이 맡긴 암호화폐는 제네시스 캐피탈을 통해 운용되는 구조다. 그러나 FTX 사태 여파로 제네시스 캐피탈이 신규 대출·환매를 중단하면서 고파이 고객 자산도 함께 묶였다.

현재 고파이 출금 중단 이후 언제든 암호화폐를 넣고 뺄 수 있는 ‘자유형’ 상품의 출금만 막혔지만 ‘고정형’ 상품의 원금·이자 지급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형 상품의 모집 자산은 이날 시세 기준 약 47억원에 달한다. 출금 지연 이후 최초 만기 도래 고정형은 ‘BTC(비트코인) 고정 31일’ 상품이다. 오는 23일 예치가 끝나고 24일 오전에 원리금이 지급돼야 한다. 모집된 수량은 113.3279176 비트코인으로 약 26억원 규모다. 24일엔 모집 금액 12억원 규모의 ‘USDC 고정 60일’, 30일엔 9억원 규모의 ‘ETH(이더리움) 고정 31일’ 상품의 만기가 돌아온다. 만약 제네시스 캐피탈이 만기 전까지 고파이 고객 자산을 상환하지 않으면 고정형 상품의 원리금 지급도 어려울 전망이다.

고파이 고객 자산 상환 여부는 21일 이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지난주 출금 중단 소식을 전하며 “차주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출금 지연은 거래소 예치자산이 아닌 고파이 상품에 제한된 만큼 당장 일반고객 예치자산이 빠져나가는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다만 출금 중단이 장기화하면 고팍스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코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고팍스와 전북은행을 통해 시간 단위로 원화와 코인에 대한 입·출금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 스스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