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했다. 이번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5000㎞로 추정됐다. 평양과 미국 동부 워싱턴 간 거리 1만1000㎞를 훌쩍 넘는 비행거리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과 관련해 북한이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력 실행 의지를 시험대에 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에 ‘본토 공격 피해라는 실질적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화성-17형 발사와 관련해 개최하는 공개회의에 한국은 이해당사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도발과 관련해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때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이간책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전쟁이 났을 때 미국이 본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해 줄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북한의 이번 ICBM 도발은 그 허점을 찌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신문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핵무기와 ICBM 등 양산을 위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향후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기술까지 입증된 ICBM을 양산·배치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의지는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 전 본부장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이 구체적으로 입증되고 명확해지면, 미국의 고려 사항은 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당장 오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기념해 7차 핵실험·ICBM 추가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한반도 위기는 크게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는 북한이 ICBM을 쏜 다음 날인 19일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연합 공중훈련을 펼쳤다. 이번 훈련에는 우리 공군 F-35A와 미 공군 F-16이 각각 4대 투입됐다.
B-1B는 저공 고속 침투 목적으로 개발돼 최고속도 마하 1.25(음속 1.25배)이며, 최대 항속거리는 1만2000㎞다. 핵탄두를 포함해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폭탄량이 56.7t에 달한다. B-1B는 14일 만에 다시 한반도에 출격했다. 현재 미군은 B-1B 4대를 괌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B-1B가 투입된 이번 훈련과 관련해 한·미가 합의한 ‘전략자산 적시 전개’, ‘상시 배치 수준 전개’가 실제로 이행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