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룰’ 개정이 시도되고 있다.
현행 규정은 당대표를 뽑을 때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를 각각 적용한다. 이른바 ‘7대 3’ 룰이다. 이 비율을 당원투표 90%, 여론조사 10%로 개정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원투표 비중을 높인 ‘9대 1’ 룰로 새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심 반영비율을 상향하는 쪽으로 룰이 변경될 경우 당내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친윤 세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한 친윤계 의원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 대표를 뽑는 일인데, 우리 당과 상관없는 여론조사보다 당원들의 뜻이 중요하게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전당대회 전까지는 당심 반영비율을 90%로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수치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윤계와 거리가 있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당권주자들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당심 비중을 높일 경우 국민의힘이 민심과 괴리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 차원에서 전당대회 룰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9(당원투표)대 1(여론조사)’ 룰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원투표 비중을 높여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들 의원은 또 민주당도 지난 7월 이재명 대표가 선출되기 이전에 ‘당심 대 민심’ 반영 비율을 ‘9대 1’로 유지했던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룰을 개정해 당원투표 75%, 여론조사 25% 비율로 이 대표를 뽑았다.
영남권 한 재선의원은 “당이 당원들의 의사를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건 비단 친윤계 의원들만이 아니라 당내 다수 의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역선택 방지조항이 꾸준히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선택 방지조항은 여론조사 때 지지하는 정당을 물어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대답을 제한하는 제도다. 반대 진영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상대 당의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전당대회 룰을 바꾸기 위해선 전국위원회를 통한 당헌·당규 개정이 필수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득실이 분명해 보여 전당대회 룰 변경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당심 반영비율을 높일 경우 당내 주류인 친윤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주자가 당대표에 뽑힐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 등은 크게 반발할 것이 확실시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0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심 반영 비율을 낮추는 것은 중도층과 멀어지는 자충수”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이미 취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유승민 솎아내기’ 목적으로밖에는 안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도로 영남당’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