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베스트셀러 오른 금감원 팀장… 셀프 홍보 소문 나돌아 뒤숭숭

입력 2022-11-21 04:05

금융감독원에서 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이 쓴 책이 최근 금융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보험업계가 앞다퉈 나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팀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A팀장이 지난 6월 말 출간한 책 ‘실손의료보험론’은 한동안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경상 계열 톱 20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다. 이 책에는 실손보험 표준 약관의 연혁부터 이론적 배경, 법적 성격 등이 담겼다. 780쪽 분량에 가격은 4만7000원이나 돼 대학 경제금융학과 보험 관련 수업에서나 쓰는 전공서 격이다. 일반적으로 경상 분야 베스트셀러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암호화폐 투자 관련 서적이 오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A팀장이 쓴 책의 인기몰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 책이 잘 팔린 배경에는 보험업계의 보이지 않는 ‘공동 구매’가 있다는 후문이다. 보험업권에서는 A팀장이 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책을 냈는데 관심 좀 가져달라”고 본인 저서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보험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한 팀장이 자기 책 냈다고 얘기하는데 안 살 수 있나”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 보험 관련 부서와 A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구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A팀장은 “금감원과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을 구매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직접 사달라고 얘기하거나 그런 뉘앙스를 풍긴 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가입자 수가 4000만명에 이르는 실손보험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책이 시중에 없다는 점이 아쉬워 직접 쓴 것이다. 실제로 보험업권 보상 담당자 사이에서는 ‘꼭 필요한 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 ‘업무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