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조건부 유예’ 꺼낸 野, 정부는 거부… 국회 논의 시동

입력 2022-11-21 04:07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여야 협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야당이 금투세 2년 유예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증권거래세 인하 폭 확대, 대주주 완화 기준 철회를 들고나오면서다. 정부는 거래세 추가 인하는 세수 감소로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대주주 기준 조정은 어느 정도 협상 여지가 있다는 기류다.

금투세는 주식 투자로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내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로, 당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야가 금투세 도입을 합의했던 2020년과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며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자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금투세를 도입하면 자본 유출이 우려되고, 주식시장도 약세장인 만큼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면 납세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는 0.23%에서 0.20%로 내리고 주식양도세 납부 대상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내놨다. 증권거래세를 내리면 개인투자자의 2023~2024년 세 부담이 5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란 추산이다. 반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은 세제 혜택이 감소한다. 대주주 과세 기준을 두고서는 주식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주식매도로 발생하는 연말 주가 하락 등 시장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을 반대해 오다가 지난 18일 절충안을 제시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을 전제로 금투세 2년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여야는 내년 금투세 시행과 증권거래세 0.08%포인트 인하를 합의했는데, 이중 증권거래세 기준은 당시 합의대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하면 세수가 8000억원 감소하지만 0.15%로 낮추면 총 1조9000억원이 감소해 세수가 1조1000억원이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협상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일 “대주주 기준에 대해서는 소위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야당이 절충안을 내놓은 만큼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21일부터 법안심사를 시작한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