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몸값’ 흥정이 이뤄지는 현장. 한 남성의 신장을 걸고 경매가 한창인 도시 외곽의 어느 호텔에서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다. 불법으로 장기를 사려 했던 구매자들도, 두 눈 뜨고 신장을 뺏길 뻔한 남성도, 장기매매 경매사도 이제 생존이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살기 위해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만 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동명의 단편 영화를 6부작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전우성 감독과 출연 배우들을 지난 9, 10일에 걸쳐 화상으로 만났다. 전 감독은 “이 얘기는 돈과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라며 “자본주의는 선한 의지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다크 판타지적인 의미로 (‘몸값’은) 자본주의의 의미”라고 소개했다. 이어 “천벌 같은 재난이 왔을 때 악인은 과연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궁금해서 원작에 없는 지진을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극은 신장을 뺏길 뻔했던 형수(진선규)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지진으로 무너진 모텔 구도는 마치 게임을 연상케 한다. 지하에 떨어진 형수와 인물들은 한 층, 한 층 출구를 향해 나아간다. 전 감독은 “관객들이 (형수와) 같은 입장에 처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카메라가 그의 주변을 떠나지 않도록 했다”면서 “층별로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해소하는 과정을 연출했고, (인물들이) 수평적으로 이동할 때는 미로를 헤쳐 나가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배우 진선규가 연기한 형수는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려다가 붙잡혀 신장을 뺏길 뻔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형사고 잠복 수사 중이었다고 주장한다. 진실은 알 수 없다. 진선규는 “형수가 진짜 경찰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았다”며 “(진실이) 열려 있는 채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완전히 모르는 사람을 세 시간 동안 처음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몸값’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지만 형수의 위트 있는 대사들이 완급조절을 한다. 극 후반부까지 속옷 차림인 형수는 겉모습부터 다소 우스꽝스럽다. 환풍구를 통해 이동하면서 “내가 산타클로스도 아니고”라고 중얼거리거나 모텔방에 있는 스타킹에 화장품 통을 넣어 쌍절곤처럼 휘두른다.
배우 전종서는 ‘몸값’에서 가장 뛰어난 거짓말쟁이인 주영 역을 맡았다. 주영은 어릴 때 조직에 팔려와서 장기매매 경매사가 됐다.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형수를 이용한다. 전종서는 ‘몸값’에 대해 “5년, 10년 전 공개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현시대의 유머가 반영된 드라마”라고 애정을 표했다.
아픈 아버지를 위해 형수의 신장을 사려 했던 ‘콩팥 효자’ 극렬은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형수에게 “콩팥을 준다고 약속하라”는 말을 끝없이 되풀이하며 무서운 집착을 보인다. 극 중 유일하게 선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지만 아버지를 살리려고 남을 괴롭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극렬 역을 맡은 배우 장률은 “극렬은 맹목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