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무죄는 재판에서 다투고 민주당은 민생국회에 집중하라

입력 2022-11-21 04:01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민주당이 “야당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유검무죄 무검유죄” “조작의 칼날” “이재명 죽이기와 야당 파괴에 혈안인 정권”이라는 등의 글을 쏟아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대표의 인식을 공유하며 단일대오를 정비해 당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 수사가 제1야당 대표를 정조준하는 게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렇다고 ‘야당 탄압’이란 민주당 측의 주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8시간10분간 이어진 구속 심문에서 검찰과 정 실장 측이 제출한 자료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검토한 끝에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를 들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해 2013~2020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선정 등의 대가로 민간사업자 등에게 수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 수백억원 상당의 대장동 개발 수익을 나눠가지기로 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장동 일당의 요구 사항이 정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전달돼 성남시의 의사결정에 반영됐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했고 이 대표와 정 실장은 ‘정치적 공동체’라고 못 박았다. 수사가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이 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물론 정 실장이 구속됐다고 혐의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정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향후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과정이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조작’ ‘탄압’이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1야당 대표 자리를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면 당에 부담을 주고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도 현명하게 처신하길 바란다. 사실 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 대표 지키기에 다걸었다가는 한 묶음이 돼 공멸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강경파 일부 의원들이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했는데 사법 영역을 정치화하는 무책임한 행태다. 수사와 재판은 이 대표 측에 맡겨두고 민주당은 다수당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입법 과정에서 민생을 챙기는 게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